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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01-02
첼리
아직도 그 쪽의 풍경은 환한가
열을 셀 때까지 기어이 환한가
천 만 억을 세어도 나의 폐허는 빛나지 않는데
그 질퍽한 어둠의 죽을 게워낼 줄 모르는데
/식후에 이별하다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1-02
첼리
밤, 나는 침상 위에서 그 주위를 둘러싼 어둠의 연장선상에 찬연한 도화지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곳은 기묘하게 고요하고, 또한 광휘와 비밀로 가득 차 있었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분명 하나의 비밀스러운 각인이 찍힐 터였다.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어른들은 그들의 말투나 행동 속에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신호 같은 것, 프리메이슨과도 같은 것을 남겨놓았다. 또한 그들의 얼굴에는 뭔가 번들거리는, 마주 바라보기 어려운 피로가 있었다. 만지면 손끝에 은가루를 남기는 크리스마스 가면처럼, 그들의 얼굴에 손을 댄다면 한밤의 도화지가 그들에게 색칠한 그림물감의 색깔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의 얼굴 / 김혜진
01-02
첼리
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희망이 있다. 희망을 가져라. 그렇게 말할 때의 확고하고 단호한 표정이 아니라, 주저하고 망설이면서도 어쨌든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희망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일단 가봐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의 변화. 그 변화가 불러오는 찰나의 활력과 활기를 붙잡고 싶었던 것 같다.
희망이라는 것은 지금은 없는 어떤 것을 상상하는 힘이고 그것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마침내 어디에 다다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자세에 따라, 잠깐 고개를 돌리면 또 달라지고 마는 직진의 방향처럼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 권민경
01-02
첼리
자신을 연구하는 일은 중요하며 하찮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지원금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 그 지원금이 문제인데
어쩌겠어 이렇게 더러운 집에 들이부을 잉여 자본 없다
/주제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 권민경
01-02
첼리
어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기도를 바치십쇼
많은 기도로 확신하십쇼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죽은 사람을 믿는 종교에서 영원한
생명을 논하는 아이러니 배신의 연속인 삶에서
사랑을 찾습니다
새벽이 밝자 새들이 일제히 우짖었다
또 다른 고행을 위해선 반드시
나아야 했습니다
/고행자 A
새의 선물 / 은희경
01-02
첼리
환부와 동통을 분리하는 법
.
.
.
상처를 덮어가는 것으로 삶이 이어진다
친하게 지내자 / 영일
01-02
첼리
심장을 자절하는 정신병
비가(悲歌) / 빈센트 밀레이
01-02
첼리
들어라, 얘들아.
너희 아버지가 죽었단다.
그의 낡은 코트들로
너희에게 작은 자켓을 만들어 주마.
그의 낡은 바지들로
너희에게 작은 바지를 만들어 주마.
그의 호주머니 안엔 그가 거기
넣곤 했던 물건들이 있겠지.
담배로 찌든
열쇠들과 동전들이.
댄은 동전들을 줄테니
저금통에 저금하렴.
앤은 열쇠들을 줄테니 그걸로
꽤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겠지.
삶은 계속되어야만 하고
죽은 사람은 잊혀져야만 해.
삶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착한 사람들이 죽는다 하더라도.
앤, 아침밥을 먹어라.
댄, 네 약을 먹어라.
삶은 계속되어야 해.
정확히 그 이유는 잊었지만.
친하게 지내자 / 영일
01-02
첼리
"이보세요. 사랑을 진지한 문제로 여기는 건 삶을 미신으로 채우는 거예요.
사랑은 신비롭거나 위대할 게 하나도 없어요.
아무 데나 널려 있고 아무라도 할 수 있어요.
당장 어디 길에서 버려진 새끼고양이 하나 주워오면 시작되는 게 사랑이에요.
사람이 과거에서 못 벗어나면 밀도가 낮아져요. 유령처럼.
삶이 자꾸 투과해나가요. 기쁨도. 슬픔도."
북치는 소년 / 김종삼
01-02
첼리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1-02
첼리
파도는 처음에 불안한 초록빛 주머니 모양으로 먼 바다 쪽에서 바다 표면을 미끄러져 들어왔다. 바다로 툭 튀어나간 나지막한 바위들은 구원을 요청하는 하얀 손 같은 비말을 높직하게 치켜들어 그것을 가로막으면서도, 그 깊은 충일감에 온몸을 담그며 결박에서 풀려나 둥둥 자유로이 떠다니기를 꿈꾸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초록빛 주머니는 순식간에 바위들을 내팽개쳐두고 떠나갔다가 다시 똑같은 속도로 해변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윽고 무언가가 이 초록빛 옷감 속에서 잠이 깨어 부스스 일어섰다. 물결도 덩달아 거칠어져서 바닷가에 내리치는 거대한 바다 도끼의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을 남김없이 우리 앞에 드러냈다. 이 짙푸른 기요틴은 하얀 피의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그러면 잘려나간 파도의 머리를 뒤쫓아 소용돌이치며 떨어지는 한순간의 파도의 등덜미가 최후의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눈동자에 떠오르는 지순한 푸른 하늘을, 이 세상 것이 아닌 그 청색을 비춰내는 것이었다. ─이윽고 바닷물 사이로 드러나는 침식당한 평평한 바위들은 파도의 습격을 받은 순간에야 하얗게 일어서는 거품 속에 몸을 감추었지만 그 여파가 물러가는 참에는 찬란하게 빛을 냈다. 눈부신 빛에 소라게가 비틀거리고 게는 꼼짝달싹 못한 채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을 나는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1-02
첼리
봄이 끝나가던 어느 하루, 그날은 여름을 위한 맞춤복의 가봉 날 같은 하루였고, 달리 말하지면 여름을 위한 무대의 최종 리허설 같은 하루였다. 진짜 여름이 닥쳤을 때 어떤 실수도 없도록 여름 선발대가 딱 하루 사람들의 옷장 서랍을 조사하러 온 날이었다.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1-02
첼리
이것이 사랑이었을까? 일견 순수한 형태를 유지하며 그 후에도 수없이 되풀이되었던 이런 종류의 사랑에도 그 나름의 독특한 타락이며 퇴폐가 갖춰져 있었다. 그것은 세상 모든 사랑의 타락보다 좀더 사악한 타락이었고, 퇴폐한 순결은 세상의 온갖 퇴폐 중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퇴폐였다.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1-02
첼리
내가 힘과 흘러넘치는 피의 인상과 무지와 거친 손놀림과 건방진 말투와 어떠한 이지에도 파먹힌 구석이 없는 야만스러운 슬픔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탓이었다.
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01-02
첼리
눈 풍경의 색깔을 말하자면 신선한 폐허였다. 고대의 폐허가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무한한 빛과 반짝임이 이 거짓된 상실 위에 찾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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