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목경은 생각했다. 메리 포핀스처럼 날아다니며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에 빠진 사람들 앞에 짠, 나타나는 고모에게는 오만한 고약함도 있었다.그러나 목경은 무수한 의도 중에서 실오라기 같은 악의를 건져올리려는 결벽증을 버린 지 오래였다. 고모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사람들은 시간을 벌었다. 할 순 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일이 (결코 하고 싶어지지는 않겟지만) 그럭저럭 하기 싫은 일로 바뀔 때까지 숨 돌릴 틈을 얻었다.
그게 힘든 일일까. 날 위해 발가락 하나 정도는 줄 수 있다고 했는데. 발가락을 자르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잖아. 택배 상자에 붙은 스티커를 떼고 버려달라는 정도? 내 이름과 주소가 적힌 종이가 사방으로 쏘다니는 게 싫어 운송장 스티커를 떼어달라는 당부 정도로 여겨달라면 무리일까. 사람의 육체는, 시신은, 신상 정보보다 중요하니까. 썩어 부패하기 전에 훼손되기 전에 날 발견해 이 세상에서 조용히 물러나게 해달라는 부탁은 누구에게, 어떤 말로 해야 할까.